(줄거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는 선배로부터 얻게 된 연극표 덕분에 지난 주말, 내 눈과 귀는 귀한 연극을 한편 접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1998년 토니어워드 최고연극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던 천재 작가 마틴 맥도나의 처녀작인 '뷰티퀸'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마틴 맥도나는 이 작품으로 ‘21세기 연극계의 천재작가’ ‘포스트 세익스피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뷰티퀸’은 마틴 맥도나가 25세가 되던 해에 8일 만에 쓴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작품 자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갔던터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고, 대학로 소극장에서 볼 수 있을법한 가볍고 유쾌한 연극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극을 다 보고 난 후 여운이 남는 멋진 느낌을 받았다.
배경은 아일랜드 리넨의 한적한 농가. 이 작은 집에는 70세 노모 매그와 40세 노처녀 딸 모린이 살고 있다. 노모 매그는 하루종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딸에게 모든 것을 시킨다. 그리고 딸은 그런 엄마에게 막말을 서슴치 않으며 증오한다. 그런데 모녀의 분위기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딸 모린이 40세가 되도록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엄마 때문인 것이다. 오래 전 시집가 연락이 끊긴 언니 둘을 대신해 모린이 노모를 떠맡게 됐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괴팍해지고 힘들게 구는 엄마를 마지못해 함께 사는 존재로 여긴다.
이 작품 속에서 엄마와 딸은 일반적인 모녀의 모습이 아니다. 따뜻한 사랑과 평생을 희생하는 엄마도 아니고, 엄마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딸도 아니다.
"엄마 제발 죽어"
"난 엄마의 장례식에서 나에게 팔을 둘러주는 남자와 멋진 시간을 보낼거야"
"난 절대 안죽어, 넌 일흔살이 되어서야 내 장례식을 할걸. 그러면 누가 너에게 팔을 둘러주겠니?" 등등.
서로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퍼부으면서 기존의 모녀관계에 대한 통념을 깨버린다. 하지만 엄마 매그는 함께 받아치면서도 딸 모린이 떠날까봐 항상 전전긍긍한다. 자신에게 분유와 죽을 항상 만들어바쳐야 하고, 심심하면 말 상대가 되어야 하고, 라디오 볼륨조절을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린이 없으면 자신이 다해야 한다는 사실에 항상 불안해하며 딸이 잠깐 외출을 하거나 그녀에게 오는 편지들마저도 숨기고 차단시킨다.
그러던 딸에게 남자가 생겼다. 모린과 파토는 하룻밤의 불같은 사랑을 하고 모린은 드디어 엄마를 떠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엄마의 방해가 있을 수 밖에...그 동안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해보고 엄마의 뒷바라지만을 하던 모린은 엄마앞에서 보란듯이 사랑을 확인하고 곧 떠나리라는 것을 인식시켜주지만, 엄마는 인정하지 않고 격렬하게 방해하기 시작한다.
자식을 위해선 무한한 희생과 사랑을 베푸는 엄마의 이미지는 '뷰티퀸'에서 무너진다. 자기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자식의 인생을 먹고 사는 노모. 그리고 결국 뒤늦게 복수하는 늙은 딸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아무렇게 않게 대했던 것이 아마도 서로를 가장 괴롭히는 가해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다 결국 결말은 어두워진다.
두산아트센터의 소극장을 꽉 메운 관객들은 연극이 끝난 후 힘찬 박수를 쳤고, 배우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대학로 연극이 아니었던 탓에 관객들 중에는 노부부나, 중년부부, 어머니들끼리 오신 팀들도 많았고, 젊은 관객들도 중간중간 섞여 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열렬한 박수로서 반응을 보였다. 단 4명이 출연하는 배우들도 정말 열연을 펼쳤고, 특이 지나친 집착과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 매그 역의 홍경연씨, 감정의 기복이 커서 울고 웃고를 반복한 딸 모린 역의 김선영씨의 열연이 아주 멋있었다. 김선영씨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항상 진짜 눈물을 흘리시던데 공연 한번 하고 나면 정말 진이 빠지실 것 같았다. 정말 열정 넘치는 배우들....멋진 연극이었다.
<가시는 길 참고>
공연장소는 종로 5가 1번출구 도보 2분!!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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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관람 부럽습니다.. 전 한번도 못봤는데 ㅠ.ㅠ
저도 운 좋게 여기저기서 표를 얻으면 보는거지, 찾아다니면서 보진 못해요 ^^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네요
한번쯤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연극이네요
여운이 남아요~
madtiger8 2010/02/02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뷰티퀸..
감성PD님 말씀처럼 정말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웃음 가득하고 재미있고 따뜻한' 연극들과는 정말로 많이 다른 연극이죠.
저도 얼마 전에 open 기념으로 50% 할인 이벤트한다는 소식에 (-_-; ) 가서 봤다가, 정말 놀란 작품입니다.
아직도 할인 이벤트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런 류의 연극을 접해 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꼭 한 번 추천해 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오, 매드타이거님도 보셨군요...
어떠셨나요? 전 후유증이 남던데요 ㅎ
두산에서 예전에 연극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좋은 시간이었겠어요
두산아트센터는 공연하기에 참 깔끔하고 좋은 것 같아요
2010/02/03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전율도 있고 여운도 남구요...^^
Forest 2010/02/08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보문고에서 조양희의 신작소설<분홍구두>를 구입하신 24명을 추첨하여 종로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마틴맥도나의<뷰티퀸>티켓 1인2매를 드립니다. 마감 2월18일 많은참여 부탁드려요 http://bit.ly/deb2PK
넵